이란 국민 “겨울 끝났다” 환호… 이스라엘 “역사적 실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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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협상 타결/합의 내용과 과제]
협상타결 이후 각국 반응

핵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2일 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는 시민 수백 명이 심야 시간임에도 거리로 나와 “겨울은 끝났다” “숨통이 트이게 됐다”며 환호했다고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이 전했다. 마침 이날은 이란 달력으로 새해 명절인 누루즈 연휴의 마지막 날이기도 해서 기쁨이 배가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외교부 건물 앞에도 많은 시민이 몰려와 “고마워요, 로하니(대통령)”를 외치며 환호했다. 로이터통신은 테헤란 이외의 많은 도시에서도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려댔고 보행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고 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겨울은 끝났다’는 해시태그가 들불처럼 번졌다.

3일 오전 1시경 테헤란 거리에 나와 있던 베흐랑 알라비 씨(30)는 “협상의 최종 결과가 무엇이건 간에 우리는 이미 승자”라면서 “이제 우리도 다른 나라 국민처럼 먹고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알리 씨(34)도 “그동안 누군가 숨통을 막고 있다가 이제야 숨을 쉴 수 있게 해준 것과 같다”며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이란 국민은 수십 년간의 경제적 고립으로 겪고 있는 먹고사는 문제가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이라도 해소되리라는 희망에 싸여 있었다. 이란은 지난해 유가 급락 이후 높은 인플레이션(지난해 기준 35%)과 실업률(지난해 기준 10.5%)에 시달려온 상태다. 여기에 자칫 화약고로 변할 수 있는 중동 전쟁의 위기감이 해소된 점도 깊은 안도감을 주고 있다.

그동안 협상에 반대해온 이란 내 보수파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란 보수강경파 대변지 ‘카이한’의 호세인 샤리아트마다리 편집장은 “(협상팀) 말 등에 물건을 잔뜩 실어 (협상장에) 보냈는데 돌아온 것은 끊어진 고삐뿐”이라며 3일자 파이낸셜타임스 온라인판에 불만을 나타낸 정도가 고작이다.

반면 미국에선 핵협상을 비판해온 공화당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2일 “이란이 이번 협상으로 핵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이며 대(對)이란 경제제재 해제는 오히려 중동지역의 불안정성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테네시)도 “이번 합의가 실질적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를 확실하게 보장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직접 검토해볼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철저한 검증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역사적 실수’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맹비난에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3일 AP통신과의 통화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을 정당화함으로써 이란의 공세와 테러를 강화시켜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아파 이란과 앙숙으로 이번 협상에 거부감을 보여 온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뜻밖의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에서 “이번 타협이 중동의 안정과 안보뿐 아니라 세계 안보를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사우디 국영 통신사가 3일 보도했다. 사우디는 그동안 이번 협상이 이란의 핵무장을 용인해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노출해왔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이란#이스라엘#핵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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