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승건]신영철 감독-유도훈 감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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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겨울 종목의 양대 산맥 가운데 하나인 프로배구가 1일 막을 내렸다. 또 하나인 프로농구는 챔피언결정전이 한창 진행 중이다.

신영철 감독(51)은 프로배구 한국전력, 유도훈 감독(48)은 프로농구 전자랜드의 사령탑이다. 두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올 시즌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줬다.

신 감독 얘기부터 하자. 그가 맡고 있는 한국전력은 1945년 창단한 국내 최초의 실업 배구팀이다. 역사는 길지만 성적은 형편없었다. 실업 때도 그랬고 2005년 프로 출범 이후에도 꼴찌를 도맡아 했다. 대한항공 사령탑이던 2010∼2011시즌 팀을 처음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던 신 감독이 한국전력에 온 것은 2013∼2014시즌. 부임 첫해에는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전 시즌 2승(28패)에 불과했던 팀은 7승(23패)을 올리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올 시즌. 신 감독이 전력을 재정비한 한국전력은 돌풍을 일으켰다. 23승(13패)으로 3위에 오르며 창단 이후 처음 플레이오프(PO) 진출에 성공했다. 괄목상대할 만한 성적이다.

유 감독은 2010∼2011시즌부터 전자랜드를 지휘하고 있다. 한국전력보다는 덜해도 전자랜드 역시 ‘만년 하위’ 팀이었다. 그가 오기 전 여섯 시즌 동안 꼴찌(10위)와 9위를 두 번씩 했다. 유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9위였던 팀을 2위로 올려놨고 이번까지 5시즌 연속 PO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올 시즌에는 정규리그 6위로 간신히 포스트시즌에 합류했지만 6강 PO에서 정규리그 승률이 2할 이상 앞선 3위 SK를 완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PO에서 6위가 3위를 3연승으로 제압한 건 처음이었다. 전자랜드는 4강 PO에서도 2위 동부와 최종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석연찮은 심판 판정 탓에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팬들은 ‘미라클 전자랜드’라고 부르며 열광했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감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외국보다 훨씬 크다. 어려서부터 타율적으로 운동해온 선수들을 지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며 반박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감독의 진정한 능력은 눈에 보이는 경기가 아니라 평소 어떻게 훈련을 시키느냐에 따라 갈린다. 선수들이 혹독한 훈련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하려면 믿음부터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독부터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감독의 ‘밑천’이 뻔한지 아닌지는 누구보다 선수들이 잘 안다. 많은 스타 선수를 보유하고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도 보잘것없는 성적을 낸 감독이 한둘인가.

아쉬움 속에 시즌을 마친 두 감독은 이구동성으로 “구단에서 믿어주고 지원을 잘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전력이나 전자랜드 모두 내로라하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구단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는 게 현실이다. 두 감독의 성과가 돋보이는 이유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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